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은퇴 파산을 막는 문지기의 7가지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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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파산을 막는 문지기의 7가지 역량




축구에서 한 골을 먹을 때마다 패배의 가능성이 높아지듯 노후 준비에 있어서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마다 은퇴 파산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축구의 문지기 역할이 노후 준비에도 필요한 이유다. 훌륭한 문지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노후가 길어지면서 은퇴 파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래 살게 되면서 사망 이전에 돈이 먼저 고갈되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은퇴 파산이라 부른다. 수명이 길지 않아 노후가 짧았던 시절, “저승까지 돈을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라는 말이 노인들 사이에 회자되곤 했다.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근검절약이 큰 미덕으로 칭송받던 당시였지만 돈은 다 쓰고 죽는 게 낫다는 말이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장수는 더 이상 축복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장수가 은퇴 파산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장수가 빛이라면 은퇴 파산은 그 그림자다. 이제 돈은 다 쓰고 죽을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하는 성물(聖物)이 됐다. 자식에게 신세지지 않는 것이 노년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시대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은퇴 파산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기초체력 키우고 점프력 필요

지금 세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대륙별 최종 예선으로 들썩이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골을 넣어야 하지만 골을 먹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골을 먹지 않으려면 수비력이 강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뛰어난 문지기는 수비력의 핵이다. 문지기의 빼어난 선방은 우리 편의 사기를 북돋우지만, 반대로 어이없는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노후 준비에 있어서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라는 상대방의 공격 삼각편대가 매서운 눈초리로 우리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축구에서는 한 골을 먹을 때마다 패배의 가능성이 높아지듯 노후 준비에 있어서도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마다 은퇴 파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축구의 문지기 역할이 노후 준비에도 필요한 이유다. 훌륭한 문지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기초체력, 점프력, 다이빙, 슬라이딩, 판단력 등. 이런 문지기의 능력과 노후 준비의 관계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지기의 기초체력이다. 문지기의 큰 키와 덩치는 기본이다. 키가 작으면 공중 볼 다툼에서 불리하고, 덩치가 작으면 상대방 공격수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할뿐더러 골문의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문지기 대부분이 키와 덩치가 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 중 간혹 키 작은 문지기가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다.

노후 준비에서 문지기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기초체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한 지표는 은퇴 직전 소득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인데, 우리나라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1%)보다 훨씬 낮다. 그만큼 노후 준비의 기초체력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앞으로 소득대체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성장 탓이다.

둘째, 문지기의 점프력이다. 골은 문지기의 키 높이로만 오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공격수는 의도적으로 문지기의 키를 넘는 슛을 쏘기도 한다. 높은 점프력으로 이를 보기 좋게 쳐내면 한 골을 넣은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점프력이 미치지 못하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노후 준비에서 문지기의 점프력에 해당하는 것이 주택연금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이다.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택연금을 통해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집 한 채 정도는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노년의 궁핍은 자식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짐이라는 점을 생각하자.

셋째, 다이빙이다. 공은 문지기의 몸 가까운 쪽으로만 날아오는 것이 아니다. 공격수들은 문지기가 손을 뻗쳐서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순발력 있는 다이빙 능력이 필요하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공을 문지기가 다이빙으로 쳐내면 상대방은 맥이 풀리기 마련이다.

노후 준비에서는 사적연금이 이런 역할을 한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은 우리의 선택의 결과일 수 있지만 저성장, 저금리는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축구에서 공격수는 문지기를 괴롭히기 위해 가급적 문지기와 먼 쪽으로 슛을 날린다. 마찬가지로 저성장과 저금리는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의 가치에 위협을 가한다. 사적연금은 이런 위협으로부터 노후를 지켜주는 소중한 친구다.

백업 문지기 두고 판단력 키워야

넷째, 문지기의 슬라이딩 역량이다. 상대 공격수는 문지기의 몸 가까운 쪽 낮은 곳으로 빠른 공을 날리기도 한다. 이른바 강력한 땅볼 슛이다. 이때 손으로 막으려 하다간 골을 먹을 가능성이 높다. 공과 가까운 쪽에 있는 발로 미끄러지듯이 막아야 한다. 이런 능력은 수많은 노력을 통해 본능처럼 몸에 녹아 있어야 한다.

문지기의 슬라이딩 능력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자산관리다. 저금리 시대엔 은퇴 자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지만, 모아둔 은퇴 자금의 고갈이 앞당겨지기도 한다. 원금에 붙는 이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산관리가 중요한 요즘이다. 특히 노후 자금처럼 장기간 축적하고 죽을 때까지 사용해야 하는 자산은 그 성격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단기 필요 자금이나 중기 목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산관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후 자금은 더더욱 효율적인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

다섯째, 다리 사이로 들어가는 공을 방어하는 능력이다. 축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골이 있는데, 문지기가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골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골을 먹으면 팀의 사기는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알까기에 가까운 골을 먹는 경우에는 망연자실할 수 있다. 선수들의 뇌리에 계속 남아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후 준비에서는 지출 관리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더라도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면 돈을 모으기 힘들다. 가계부를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가계의 지출을 일반 생활비, 교육비, 주택 마련 비용, 노후 준비 등 범주별로 면밀히 살펴보고 씀씀이를 체크해봐야 한다. 이 결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곧바로 조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여섯째, 백업 문지기의 존재다. 주전 문지기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는 후보 문지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주전 문지기가 건강하다고 후보 문지기를 두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필드 플레이어가 골문을 지켜야 한다. 이는 패배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축구의 백업 문지기에 해당하는 것이 노후 준비에서는 가교 직업이다. 주된 직업에서 물러난 뒤 새로운 경제활동을 가교 직업이라 하는데, 점점 가교 직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주된 직업에서 물러나는 나이가 53세 정도로 매우 빠른 반면 노후는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이전에 물러나면 안정적인 소득원도 사라지게 된다. 자칫 하다가는 국민연금 수령 이전에 은퇴 파산에 빠질 수도 있다.

일곱째, 문지기의 판단력이다. 상대방 선수들의 움직임과 특징을 잘 살펴 공이 어느 방향으로 올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 골 먹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노후 준비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나의 상황은 어떠한지 파악해 큰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판단은 궁극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일러스트 김영민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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